I don’t deserve it.
자~ 이제 몇달간의 이야기를 한꺼번에 쏟아내야 하는 순간이 온것 같다. 두달만에 처음으로 내 랩탑을 켜보면서 속으로정리해둔 이야기를 어떻게 시작해볼까 생각해본다.
지난번 지하방에서 건강에 문제가 일어난 이후로 한달안에 멀지 않은 곳에 다시 이사를 하게 됐고, 새로운 곳에 집을 구하자 마자 세인트존 (다른 주) 집에 두고온 온 가구와 우리의 물건들을 몽땅 트럭에 넣어서 장장 16시간의 운전을 마쳐 이곳으로 왔다. 이제 세인트 존에는 그 곳에서 일생을 지낼 가족과 동네 아저씨, 웨스트로 떠나지 않고도 그곳에서 직장을 구한 친구들이 남겨졌다. 우리는 직장을 구하기위에 웨스트로 떠난 사람들중에 하나로 고향에 남겨둔 짐을 모두 가져오는데 3년이나 기다렸다. 새벽 6시부터 세바는 앞에서 20 feet UHaul트럭을 몰면서 이 먼 여행에 시동을 켰다. 그리고 나는 그 뒤를따라 자가용 가스 패달을 열심히 밟았다. 그래, 이제 또 여행을 시작하자.
이사는 정말 평범한 일상생활의 루틴을 깨는데 적절한 활동인것 같다. 게다가 3년동안 우리 가구와 쓰던 모든 물건, 쓰지도 않는 잡동사니를 장장 16시간 끌고 온 후 이사온 새 집에서 그것을 재 정리하는 것도 적잖이 시간이 걸렸다. 우리는 루틴이 들어간 일상 생활이 그리워졌다. ‘아… 매주 자전거 탈수있던 그때가 그립고 매일아침 일어나서 운동하는것도 그립네. 그리고 늘상 다니던 곳과는 달리 새로운 곳에 적응해야 한다는 점도 이제 큰 숙제구나.’ 이전엔 도시 주변에 살다가 이제 조용한 시골에 살게 되니 도시와 시골의 차이 삶의 방식도 익혀야 했고, 이웃도 새롭게 사겨야 하고, 주변 지형도 다시 익혀야 했다. ‘주변에 늘 달리던 길도 없고, 늘 가던 슈퍼마켓도 없고, 늘 보던 친구도 이제 멀리있게 되었지만 곧 익숙한게 하나씩 생기겠지. 어디든 새로운 행성에 떨어져도 그 나름데로의 인연이 주어지듯 조금만 참고 천천히 자리를 잡자.’
이런 생활의 불편한 점을 조금이나마 도와주기 위해 세바는 나에게 차를 주고 자전거로 회사에 출퇴근을 시작하게 되었다. Bike to Work! 7월부터 자전거로 하루 32km 를 달기게 된 세바는 해가 아직 뜨지 않은 깜깜한 아침에 불켜진 크리스마스트리 마냥 반짝반짝 거리면서 신나게 출근을 한다. 세바는 되도록이면 편한것을 피해가는 중이다.
그렇게 우리가 새롭게 이사한 곳은 Newcastle 이라는 조그만 동네.
최근 나는 매일자전거로 출퇴근을 고집하는 세바를 보며 이런생각을 했다. ‘우리 차 두대있으면 서로 편하게 어디든 갈텐데…’ 하지만 자신에게 편한 삶을 준다는건 그만큼 경제적으로 희생을 해야 하는것. 경제적인 희생이 필수적이라면 모르겠지만 단지 원한다는 희망사항으로 그 길을 택하는건 우리에겐 충분한 이유가 되지 않았다. 우리는 종종 스스로에게 “이정도는 해줘야지 않아?” 아니면 “이정도로도 스스로에게 선물을 줘야지” 하는 말을 하곤하는데, 결국 그런 말의 결론은 돈을 써가면서 내 욕구를 충족시키고, 나를 좀더 편한 상태로 만들게 된다. 주변에서 나에게 “You deserve it.” 이라고 자주 이야기를 하지만 이번에 나는 그것을 반대로 생각해보기로 했다. “너는 평상시에 일을 많이 하니까 이런 휴가는 보내줘야지.” “너는 이제껏 제대로 못먹었으니까 나가서 이정도는 사먹어야지.” “너는 평소에 좋은 가방이 없잖아. 이정도 가격에 마음에 드는거면 사도되.” 그런데 만약 내가 deserve하지않다면? 내 주변에 모든 것들이 내가 이뤄 놓은게 아니라면? 나는 어떤 생각과 행동으로 삶을 살것인가? 나는 “I don’t deserve anything” 이라는 생각으로 하루하루를 보내기로 결심했다. 이런 결정을 한 이유는 “I deserve this.” 라고 하는순간 나를 빨리 합리화 시키게 되고, need(필요) 와 want(욕구) 를 흐릿하게 만들게 되는 결과를 만들기 때문이다. 늘상 내가 원하는 것을 이루려고 할때 “I deserve this.” 라고 자주 말했었는데, 이제 그 말을 반대로 생각하니 나는 나를 합리화 시키지 않아도 되는 힘이 생겼다.
20대 초반에는 내가 원하는것(want)을 모두 가질수 있는 세상을 꿈꿨지만, 30대 초반에 나는 내가 필요로 하는 것(need)은 별게 없다라는걸 알게 되었다. 원하는 걸 모두 가진다면 완벽한 세상같지만, 사실 원하는 걸 다 가질수있는 삶을 사는 사람은 없을 뿐더러 그것은 정말 내가 원하는게 아니라 세상이 내게 지워주는 이미지인것 같다. ‘이런 삶을 살면 넌 행복할거야. 좋은 차를 타고, 비싼 옷을 입고, 비싼 곳에서 장을 보고…’ 하지만 그런 욕구들은 채워 나갈수록 더 통장이 가벼워지고, 가벼워진 통장을 보면서 현실은 다시 나를 더 가난하게 느끼게 만든다. 세상은 내가 돈을 써야만 행복한 방법을 알려주는데, 우리는 돈을 쓰지 않아도 행복한 방법을 알아내야 한다. 그것이 정말 순간적인 행복에서 벗어나는 길이기 때문이다.
생활이 편리해 지다보면 더이상 불편한걸 겪지 않아도 되는 방법을 알게된다. 돈만 있으면 당연히 지금 불편한게 사라질텐데 하는 생각은 점점 우리 정신을 갉아 먹게 되는것 같다. 지금 내가 가진것이 내가 deserve 하지 않다고 보면, 내 손안에 있는것들이 하나 둘 씩 감사하게 느껴지는 걸 경험하게 되었다.
이제 나를 유횩시키는 모든 쇼핑 테라피에게 나는 말한다.
“I don’t deserve this and I don’t need this.”
지난주에 두번째 도네이션을 할 때 옷장의 옷을 덜어내면서 처음 도네이션 했을 때랑은 다른 감정을 얻었어요. 언니 글을 통해 이런 경험을 하게 되어서 고마워요 그리고 물건을 구매 할때마다 마니 고민되고 겁이 많이 났는데 이번 포스트의 I don’t deserve this 라는 문장이 무언가를 구매 할 때 도움이 될꺼 같아요 :-)
고마워 정미~ 지금 내 옷장을 봐도 도네이션 할게 많더라고. 우선 방에 도네이션 박스를 만들어서 거기 이번 여름에 내가 안입은 옷을 넣게. 쇼핑신이 너를 부르면 항상 생각해. 이게 내가 필요한건지 Need 아니면 원하는건지 Want. 그럼 대답이 쉽게 나오더라고. :)
언제나 그렇듯 많이 배우고 간다! 나도 어느 순간 뒤돌아보니 싸다고 사놓고선 안쓰는 물건이 많이 보이더라. 예전에는 가끔 목적없이 쇼핑 나가서 빨간 딱지 클리어런스 상품 사오는게 즐거움일 때도 있었는데, 그렇게 사봐야 안쓴다는걸 언제부턴가 알게 되기도 했고, 그 시간이 아깝게 느껴지기도 하고ㅎㅎ 그래도 여전히 뭔가 주섬주섬 사고 있네. 난 늘 스스로에게 주문을 외운다. 조금 부족한 상태로 사는 것이 옳다고- 아주 부족한게 아니면 사지 말자고^^ 가끔 한국에서의 가격과 비교해가며 엄청 사고 싶어질 때가 있는데 그럴 때마다 스스로에게 물어본다. 이거 다 들고 한국 갈 자신 있음? ㅋㅋ 보고 싶다 세진아~
홍! 나랑 찌릿찌릿 통했네. 나도 빨간 딱지 클리어런스를 나의 팅커벨로 뒀는데. 행운의 여신, 클리어런스! 조금 부족한 상태로 사는것이 옳다는 말 정말 동감한다. 이사를 하면서 나는 몸으로 많이 배운거 같애. 모든게 다 짐이되니까 정말 필요한 것만 내주변에 두고싶더라고. 내 주변에 이렇게 간단히 사는 친구를 보고 나도 많이 배웠고, 그 친구 부부가 가계부를 쓰면서 어떻게 자산관리를 하는지 도움을 많이 받았데이. 어느순간 이렇게 사서 기쁜것보다 안사서 기쁜걸 느끼고는 그 기쁨이 더 오래 가는걸 배웠다. 사먹는 것도 이번달 외식은 $34 밖에 없었다. 지난달은 $126 이었는거에 비해서 상당한 발전! 으쌰 으쌰!
돈을쓰지 않고 행복을 찾는다… 아직까진 실천을못해봤네ㅋㅋ
요즘은 우리서연이 보면 작은거에도 행복한것 같다
일하랴 육아하랴 힘들어 죽겠는데 집에와서 딸이 웃어줄때 내가 좀더 힘이나는 것같다~~ 소소한 일상들에서 행복을 찾을수있을때까지 노력해볼려고
세바 살마니 빠졌네^^
서연이가 엄마 닮아서 웃는모습이 매력적이더라~ 응 세바 자전거로 출퇴근 하면서부터 많아 빠지기 시작했어. ㅋㅋㅋ
일어나자 마자 너의 소식을 듣게 되넹~연락이 앖어서 우리 세진 굉장히 바쁘구나생각은 하고 있었어~~바쁜 시기동안 한건의 큰 일을 치뤘넹~
너의 글을 읽으면 삶의 스승이란 교실에서 이뤄지는 것이 아니라 삶을 나누는 사람을 통해 서로가 성장한다는 것 느낀당
오늘도 많이 배우고 느끼고 간당~
이번 여름은 이사가 몇번 있었지만 그래도 가족들이랑 친구들이랑 내가 어딜가든 응원해주고 도와주고 해서 너무 행복했다. 나 항상 한가해~ ㅋㅋㅋ 자주 연락하자~
새로운 곳에서 잘 적응하고 항상 더 나은 삶을위해 고민하고 실천하고 있네 세진 ! I don’t deserve it 너무 엄격한 말인것도 같지만 마음에 새겨두면 좋을것 같다 ㅎ
미숑. 엄격한거 같이 들릴수도 있겠다. ㅋㅋㅋ 이전에도 생각했지만 사람은 태어나서 이 자연에서 적절한 중력에, 공기에, 햇살에 지붕아래에서 안전하게 살 수 있다는게, 우리가 당연하게 누리고 있는것들이 얼마나 많은가 하고 생각이 되서 한 말이기도 하고… 세상은 나에게 너무 많은걸 주는데 나는 태어나서 그 무한한 자연을 쓰는 일밖에 안하고 있구나 하는 생각. 이제 가을이라 겨울이 오는 냄새가 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