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leaning out my closet

Cleaning out my closet

 

세바: 2015년에 넌 어떤 걸 시도해 보고 싶어?

나:  음… 모르겠는데. 나를 챌린지 할 만한게 뭐가 있을까?

세바: 쇼핑…? 앞으로 2015년엔 옷을 안사보는건 어때?

나: 뭐? 옷을 안사보라고? 난 옷도 별로 없는데?

세바: Comfort and growth don’t co-exist.

 

 

쇼핑을 하지 않은지 한달도 채 되지 않았다. 하지만 내가 처음으로 시도한 이  결정이 나에게 어떤 영향을 끼치는지 차차 기록하고, 훗날 다시 내 변화를 뒤돌아보기 위해 이렇게 블로그에 개인적인 이야기를 훌훌 털어 놓을 생각이다. 사실 세바는 내가 이런 변화를 생생하게 기록해 두는게 훗날에 내가 결정한 변화에 너무 익숙해져 있을때 살짝 들춰보는것도 좋은 일일것 같다고 했고, 만약 친구들과 내 이야기를 나누게 된다면 더욱더 좋을것 같다고 했다.

 

내가 얻은것 하나, 해방감

쇼핑을 내 삶의 목록에 제거하고 나니, 우선 일을 마치고 다시 쇼핑할 에너지나 시간을 투자 하지 않기 때문에 물질적인 욕구로 부터 천천히 해방감을 느끼기 시작했다. 보통 일을 끝내고 집으로 갈때면 몰 안을 걸어 나오는데, 그때 여러 옷이며 신발이며 할인된 가격들의 유혹을 많이 느낀다. 그리고 사실 지난 6개월간 캠브리지에서 멀쳔다이져로 일하면서 항상 옷을 직접 손으로 만지고, 배치하고, 가격사인을 바꾸고 하는게 내 임무였기 때문에 일을 하던 도중 남들보다 훨씬 싼 가격으로 좋은 물건을 살 수 있었던 터라 퇴근 후 봐둔 옷을 사오는게 습관이 되있었다. 이제보니 그건 습관이라기 보다는 일을 하는 도중에 또 나에게 다른 임무를 준거 였고, 그 미션을 잘 해내기 위해서 나는 알게 모르게 엄청 노력을 했어야만 했다. 일을 마치고도 같은 몰에서 쇼핑을 하는 내 모습에 전혀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그래서 그런지 내 옷장은 점점 자리가 없어져 갔고, 일을 하면서 입을 옷이 별로 없다는 이유로 나는 좋은 가격의 새로운 옷들을 자꾸 옷장속에 꾸역 꾸역 넣어가고 있었다.

2015년 이런습관을 버리겠다고 하고, 일만하고 집으로 곧장 오기 시작한지 이제 26일. 물건을 사는 기쁨, 물건을 원하는 기쁨을 내 인생에서 오려 내버리고 나니 나머지 내 몸에 남은것에 집중하게 되었다. 내가 원하던것을 버리고 나니, 내가 무엇을 원했던가에 집중하는게 아니라 내가 왜 원했던가를 생각하게 되었고, 그것을 가지고 나서 내 삶이 얼마나 변했던가 질문을 하게된다. 정말 내가 원하지도 않는 셔츠가 옷장속에 하나 더 있다고 해서 나는 얼마나 내 삶을 충족시켰던가?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사를 나만큼 자주 다니지 않는다. 그래서 그런지 자주 짐을 싸야 하는 우리 가족으로서는 우리가 가지고 있는 물건이 꼭 필요한것인지 아닌지 일년에 한번씩 꼭 물어보게 되있다. 실제로 2013년에서 2014년 사이에 우리가 이사를 간 횟수는 3번. 여러번 이사를 하면서 느끼는 것이지만 이사는 힘들다. 하지만 힘들지 않고서는 뭔가를 배우기가 어렵다. 이렇게 스스로 이사를 많이 하게되면 항상 나를 따라오는 물건이 있게 나름이고, 항상 뒤늦게 버리게 되는 물건이 있다. 나를 따라오게 되는 물건 중에서도 서열이 나눠지기 마련이다. 계절별로 필요하다가 필요하지 않는게 있고, 매일 쓰는 물건이 있으며, 가끔 쓰는 물건이 있고, 결국엔 도네이션으로 넘어갈것 등등… 내가 가진것의 실체를 모두 보게 된다. 회사로 치면 매년 한번씩 하게 되는 인벤토리(재고 관리) 라고 할 수 있다.

우리가 처음으로 산 집에서 살게 됬을때, 결혼초기 우리가 시작한 물건으로 집을 채우니 집 안은 텅텅 빈 공간이 많았다. 반대로 주변 가족들의 집을 보게 되면 삶의 흔적이 많은게 곳곳에 들어난다. 예를들어, 우리 시어머니의 집엔 자식들 다섯명의 어린 시절 추억이 담긴 노트며, 일기, 숙제, 그림, 사진, 성적표, 건강 기록서 등등 모두 도서관 마냥 정돈 되어 있었고, 조상 대대로 내려오는 가구, 악세사리, 사진, 부엌 살림이며 집 구석구석 삶의 증거가 먼지처럼 내려앉아 있었다. 빈 선반은 가족들의 사진으로 채워졌고, 예전에 사람들이 채우던 빈 공간은 이제 새로운 기계가 차지하고 있었다. 이런 삶의 흔적들이 홀로 이민을 온 나에게는 없는 것들이었고, 결혼생활을 시작하게 된 외국 땅에서 내가 이뤄내야 할 일 처럼 신성한 숙제 같이 여겨졌다.

이런 나의 삶의 로멘틱함을 없애준건 바로 쉴틈없는 변화였다. 우리가 산 집에서 결혼 후 계속 살게 되었다면 분명 나는 나의 이상적인 삶을 갖추기 위해 집을 꾸미는데 여렴없이 많은 노력을 쏟아 부었을것이다. 아직도 우리 빈 집 지하에 놔두고 온 물건들을 생각하면 우리가 정말 끊임없이 소비를 많이 했구나 하는것을 느끼면서 지금 사용하지 않게 된 물건들을 보며 죄책감도 느낀다. 그 모든것이 우리에게 꼭 필요한 것들이었나? 하는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우리는 6 개월간 처음으로 우리가 산 집에서 신혼을 누릴 수 있었고, 그 꿈에서 부터 나와 방랑자의 생활을 시작하면서 또 다른 세계의 눈을 뜨게 되었다.

다시 나의 소비습관 변화에 따른 삶으로 돌아가보면, 나는 매 순간 매 번 내 자신을 보며, 사람은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 소비만 하다 가는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그러면서 언제 나는 생산을 해서 다른 사람들에게 영향을 수 있는 그런 무언가가 될까?  책을 써서 누군가에게 새로운 세상을 보여주거나, 그림을 그리거나, 뮤지션이 되거나 예술가들처럼 자신을 소모해서 서로 생각지 못한 부분 또는 공감하는 부분을 창조해 내는… 텅 빈공간에서 무언가를 만들어내는 그러한 생산적인 일에 나를 발견하고 싶은 싶은 충동이 많이 들었다. 하지만 내가 살아가는 현실은 내가 만들어내는것을 저지하고 내가 소비하는것에 행복을 얻도록 유도 되어있고, 소비하려면 내 인생을 댓가로 돈을 얻어 그 돈을 다시 커다란 회사에 받쳐야만 하도록 되어있다. 그런 챗바퀴 안에서 우리는 더욱 더 저명한 브랜드 회사에 돈을 쓰는게 대중들로부터 자신의 위치를 확고시키고 남들과 다르다는 선을 그어 놓을 수 있다고 생각하고 산다.

 

내가 얻은것 둘, 가장 가까운 사람의 지적을 스스로 살펴보는 일

이런게 보이기 시작한것은, 유치하게 생각할 지도 모르겠지만, 바로 내 작은 옷장을 정리하면서 부터다. 정말 내 양팔을 벌려서 끝과 끝이 닿는 옷장에 세바와 나의 옷이 모두 들어간다면 모두 믿기지 않은거다. 물론 겨울 외투는 문앞에 걸어두지만 그외에 속옷, 일할때 입는 옷, 평상이 입는 옷, 특별한 경우 입는 드레스를 다 합쳐서 그 작은 옷장안에 모두 들어가게된다는 사실에 난 또다른 충격을 받았다. 2014년 말 옷장에 옷이 넘치기 시작하면서 나는 작은 옷걸이 스탠드를 샀고, 옷걸이 스탠드에 건 옷이 넘쳐 나면서 부터 세바스찬은 무언가가 걷잡을 수 없는 상태까지 간 것을 느꼈고 그때 조용히 나와 이야기를 하고 싶어했다. 물론 몇번 스쳐 지나가며  하는 말에 나는 농담으로 ‘내가 입을 옷이 없네~’ 하며 웃어넘기려고 했고, 소박하게 사는 나로서 이런 작은 사치는 아무것도 아니라는 식으로 나를 향한 화살을 오히려 상대방에게 돌리곤 했다. 그런데 매번 그 공간에서 잠을 자고 일어나서 새로운 하루를 시작하는 세바는 이런 옷으로 넘치는 침실이 본인이 원하는 이상적인 공간이 아니라는걸 느꼈고, 지금보다 이 공간을 더욱 즐겁게 사용할수 있을건 데 하는 생각을 했다. 사실 나는 늘어나는 옷에대한 불편함을 전혀 못느끼고 있었다. 나는 이미 불편함에 편안함을 느끼는 상태까지 오게 된것이다. 원래 알코홀릭이 자신이 알코홀릭이 아니라고말하고, 자신은 자신을 컨트롤 할수 있으니 상관하지 마라고 남을 오히려 꾸짖듯이, 나는 알코홀릭이 하는 말과 행동을 그대로 세바에게 하고 있었다. “나는 옷이 별로 없는 사람이고, 옷을 사는것도 정도껏 사는 사람이니까 내 옷은 걱정하지 말아죠.”

그러나 나는 쇼퍼홀릭이었다.

쇼퍼홀릭이라고 해서 빚을 져가며 유명 브랜드를 사는 사람은 아니지만, 나의 소비 행동을 지적하는 사람에 대해서 내가 가진 문제를 바라보지 못한것, 받아 들이지 못한것. 이런 행동은 내가 나를 속이게 하는 행동중에 하나라는걸 지나와서야 바라 볼 수 있게 되었다. 세바와 내 옷장을 정리하면서, 내가 ‘필요하다’ 고 생각하며 입지 않는 옷은 모두 도네이션을 하고, 평상시에 입는 옷 (일하러 갈때 복장, 캐쥬얼 복장), 잠옷, 운동복, 드레스로 크게 나누어서 정리를 한 다음 최소한으로 내가 매일 입는 옷에 주력을 다해 서로 매치가 잘 되는 옷만 남기도록 했다. 옷 하나를 두고 서로 양 끝을 잡고서 우리 둘은 솔로몬 왕 앞에서 하나의 아이를 두고 자신의 아이라고 호소를 하듯 한 옷을 부여 잡고 실랑이를 벌였다. 도네이션 박스에 넣는다는 세바스찬과 이 옷은 버릴 수 없다고 온갖 코믹스러운 모습을 하며 그 옷을 뺏으려는 나 사이에서 결국 그 옷은 나와의 운명을 다 했다.

 

내가 얻은것 셋, 줄어든 출근 준비 시간

내가 얻는것 넷, 사는데 중요한 것들에 대한 질문

결국 이렇게 필요한 옷만 남기고 보니, 내가 가진 옷이 무엇이 있는지 한눈에 들어오게 되었고, 일을 하러 가기전에 무엇을 입을지 결정하는데 1분도 걸리지 않았다. 이렇게 시간을 효율성있게 사용할 수 있게 되었고, 출근 전에 옷때문에 받는 스트레스도 아예 사라졌다. 그리고 무엇보다 중요한건 내가 가지고 있지 않은것들에 대한 욕망은 오히려 사라지고, 내가 가진것들에 대한 애틋한 마음이 더 늘어났다. 내가 가지고 있는것들을 잘 알고 나니 후에 무언가를 살때, 내가 이 물건을 사는게 나를 행복하게 만드는것인가?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우리 눈에 보이는것부터 이렇게 정리를 하게 되니, 그동안 그 물건들로 가려져 있던 중요한것들이 하나 둘 씩 보이기 시작했다. 우선 부부간의 목표, 경제적미래, 사람들관의 관계, 나의 미래, 가족의 미래… 이러한 것들이 하나 둘씩 내 머릿속에 들어오기 시작하면서 나는 작은 변화의 시작을 느낀다.

2015년 혹시 이런 작은 변화를 시도한 적이 있으신가요? 무언가 시도하고 싶거나 시도하고 있다면, 개인적인 이야기를 저와 공유해주세요.

Photo by Sebastien Benoi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