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oy’s Roast
나는 모닝 커피가 마시고 싶어서 아침이 오길 손꼽아 기다리는 사람이다. 그런데 어쩔때는 커피 냄새가 싫고 생강차 냄새를 무지 좋아할때도 있다. 일주일 전부터 감기가 걸려 집에서 와들와들 치와와 처럼 떨고 있었는데, 기대마냥 날씨는 따뜻해지지 않는다. 토요일인 오늘 아침은 눈이 보슬보슬 오는데도 불구하고 장을 보기위해 Farmer’s market에 다녀왔다. 매번 장을 볼때 세바와 함께 나갔었는데 오늘은 아침부터 일을해야 한데서 나 혼자 눈을 헤치고 씩씩하게 나섰다. 보통 우리 둘이서 장을 보게 되면 Farmer’s market 방문은 ‘빨리사서 빨리 나오자’ 와 같이 목표지향적으로 바뀌게 된다. 날씨가 추워진 탓인지, 사람들이 많아져서 오래 줄을 서야 하는 탓인지 우리는 그렇게 여유를 부리기 보다는 얼른 집으로 돌아와 집안일을 하기 바빴다. 그래서인지 오늘 혼자 장을 보러간 나도 보통 줄이 잴 길게 늘어서는 치즈 가계부터 부리나케 달려서 줄을 섰고, 그리고 빵집 가계, 그리고 건물 밖에 사과 랑 야채 구역을 돌고 다시 건물 안으로 들어왔다. 나의 참새 방아간인 이 커피구역 주인 할아버지는 지난번 비가 많이 오는 날 내가 문앞에 들어서자 마자 내 안경을 뺏어다가 안경에 내려앉은 비를 닦아주셨다. 그때 옆에 앉아계신 커피를 마시던 손님들은 ‘그런 서비스까지 해주는지는 몰랐네~’ 하면서 하하호호 웃으셨다. 오늘 아침에 장을 다 보고나서 어깨에 맨 장바구니 네개를 구석에 내려놓고 나도 구석자리를 차지하고 앉고서는 ‘잠시 쉬어가자’ 하는 마음으로 커피를 주문했다. ‘Medium or dark roast?’ 커피 할아버지 Roy 가 물어봤다. ‘Medium, please.’ 그렇게 하고 나는 주변을 둘러 보았다.
지난번, 할로윈을 보내고 난 다음 주에 나는 커피 아저씨 Roy 에게 할로윈은 어떻게 보냈냐고 물어봤다. Roy 할아버지는 내가 기대하던 대답인 ‘Very well.’ 이 아니라, ‘It was terrible.’ 이라고 대답했다. 놀란 나는 그 이유를 물어봤다. Roy 는 자기 어머니가 갑자기 쓰러지셔서 할로윈 때 병원에 가게 되었다고 한다. 그 이후로 일주일에 한번씩 Roy 는 토요일 오후 3시에 마켓에 문을 닫고 어머니를 보러 한시간 반 운전을 해서 Mississauga 로 간다고 한다.
Farmer’s market 을 뒤로 하고 나오기 전, 나는 Roy 에게 커피 두잔을 주문해서 밖에서 늘 사과를 파시는 아버지와 아들에게 전해 드렸다. Roy는 ‘Peter 는 설탕 둘, 크림 둘이고 아들래미는 핫쵸코야!’ 라고 하시며 거기 오는농부들이 마시는 커피를 다 꾀고 계셨다.
내가 Roy 를 찾아가는 이유는 그사람의 커피가 최고품질의 과학적인 드립이 아니라 그사람의 삶이 최고품질의 드립이기 때문이다.
Photo by Sejin
따뜻한 세진씨글을 기다렸는데, 이제서야:-) 감기는 좀 괜찮나요?
히히 이제 감기는 좀 나았어요. 어제 땀을 흠뻑 흘리고 자서 그런지 오늘 아침에 좀 낫길래 밖에 나가서 눈오는데 운동도 하고 왔어요. 지윤씨는 겨울코트 따뜻하게 잘 입고 다니나요?